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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신문 | 의사들의 진료거부 사태이후 우리는 뭘 준비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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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천의료사협 댓글 0건 조회 1,783회 작성일 20-09-09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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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의 진료거부 사태가 9월 4일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합의문에 서명하면서 일단락되어지는 듯하다가 전공의와 의대생의 반발로 다시 지속되는 분위기이다. 금번 의사들의 집단 반발을 일으켰던 공공의료 확충 방안의 문제와 이번 사태로 드러나게 된 의료인의 사회적인 문제는 창고에 쌓여있던 짐을 다 꺼내서 온 방에 다 흩뿌려놓은 것처럼 갑갑함이 앞선다. 무엇보다 더 걱정이 앞서는 건 2000년 이어 이번에도 의사 집단의 진료거부 행위를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국가권력과 의사 집단의 경제권력 사이에서 실제 건강보험료를 지출하고 의료 행위를 이용하는 우리 시민들의 사회권력이 배제된 채 합의가 이루어져 시민사회권력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대비하여야 하는지 당혹스럽다.



금번 의사 진료거부는 개원의 참여율은 10%도 안되고 주된 동력은 젊은 의사 즉 전공의들이었다. 전공의협의회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진심으로 공공의료 정책을 걱정하는 마음에 파업을 하는 것이고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한다. 또한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의사로서 국가의 보건의료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기에 코로나 사태임에도 파업이라는 최후의 방법에 이르렀다고 한다. 나는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의사파업 때 전국전공의협의회 외과전공의 대표를 맡은 바가 있기에 지금 전공의의 심정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20년 전과 지금 전공의들의 사회 현상에 대한 인식 정도는 지금 전공의가 전국 1등만이 모인 것만 빼고 비슷할 것이다. 고등학생과 의대를 다니며 사회 현상에 대한 이해를 할 기회가 적고 그럴 필요도 못 느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의대증원 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교과서에 나오는 당연한 진리가 당연히 이뤄지지 않는 현상에 대해 분노하게 되고 본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진료거부라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발휘한 것이다.

의대 정원을 확대하여 공공의료를 확충한다면서 왜 정부는 지금까지 공공의료를 위해 재정적 지원도 안하고, 5%밖에 안 되는 공공의료체계를 방치한 걸까?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지 않고 이제 와서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를 설립하면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걸까? 타당한 질문이다. 문제는 지금까지 보건의료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이 타당한 질문에 좀 더 합리적인 해결 방법이 나왔을 것이다.

전국민의료보험이 시작된 지 30여 년 동안 여러 보건의료 관련 이슈들이 있었다. 시장 만능주의자들에 의한 의료 상업화를 반대하는 과정에 영리병원 설립을 반대하고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자고 주장하였고, 진주의료원 폐원을 반대하면서 공공의료 확충을 요구하는 등 지난 30년 의료 운동이 의료상업화를 막아내기에 급급했던 시간들이었다. 전국민의료보험을 이루기 위해 노태우 정원의 온갖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단체들이 하나 되어 이뤄냈지만 아직도 건강보험 보장성이 63%에 불과하고, 이명박 정권이 당선되자마자 선언했던 의료민영화 정책이 광우병 집회와 동시에 의료민영화 포기 선언을 받아냈지만 참여정부부터 문재인정부에까지 지속적인 의료상업화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원 반대 운동은 일부 보건의료단체가 앞서서 주장하였지만 진주 시민들조차 참여가 저조하고 정치인들의 무관심으로 결국 폐원을 하게 된다. 지난 보건의료 운동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실제 자본시장으로부터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올 수 있었던 주된 원동력은 시민사회권력이 얼마나 참여하여 작동하는가이다.

지금 의사 단체가 승리한 것처럼 보이고, 정부의 정책을 막아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 사회 변혁을 이루는 시민사회권력은 동의하지 않는다. 이번 합의는 의사라는 경제권력과 국가권력만이 존재할 뿐 시민사회권력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전공의들이 주장하는 국민의 건강을 위한 공공의료를 위해서는, 그리고 정부의 지원을 늘리고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민사회권력의 참여가 필수적인데 의사와 정부만의 합의로는 불가한 것임을 지난 30여년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우리는 순진한 전공의를 부추기고 정치적으로 이용한 일부 의사협회 임원들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하며, 동시에 전공의들에게는 사회 참여를 더 유도,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도와야 한다. 20년전 의사파업을 주동했던 내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을 경험하면서 시민과 더불어 하는 의료운동을 추구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공공의료를 위한 시민사회권력의 의견과 의지를 정치권과 정부에 전달해야 한다. 민간의료가 95%를 차지하는 의료체계에서는 금번의 진료거부 사태가 또 반복하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 없다. 전국 지역거점 공공의료기관을 설립하여 공공의료를 최소 30%이상 확보하고 의료인들을 신분이 안정적인 공무원으로 고용하여 민간의료기관과 경쟁하게 해야 한다. 2000년 대한의사협회가 건강보험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대한 헌법소원에서 합헌이라고는 하였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는 등을 통해 민간 의료기관이 의료보험 체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을 방지하고 의료전달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제도와 법을 아무리 잘 만든다 하여도 시민들의 참여가 없으면 불가하기에 전국민 주치의 운동을 전파하고 시민참여운동을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의사들 역시 진심으로 국민의 건강을 위하는 운동을 하고자 한다면 보건의료의 역사적인 문제 인식과 동시에 시민사회권력과 함께 하는 보건의료운동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콩나물신문(http://www.kong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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